하늘의 맨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7월 8, 2010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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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윤희 | 에세이∙시

등단 50주년 맞은 마종기 시인

“시는 내게 사랑이었고 희망이었고

 하느님이었고 무조건적인 이해심이자 베풂이었다…”

 

  “누가 나보고 사랑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요? 그 모든 만남의 시간을 다 합쳐보아도 며칠이 되지도 않고, 손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눈만 마주치고 미소만 나눈 것뿐이었는데. 누가 정말 사랑해보았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정직한 대답이 될까요.”(99쪽,《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시는 내게 사랑이었고 희망이었고 하느님이었고 무조건적인 이해심이자 베풂이었다…”고 고백하는 마종기 시인. 그는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50년 동안 발표한 시 가운데 50편을 고르고, 각각 얽힌 사연을 수록한 시작(詩作) 에세이《당신을 부르며 살았다》에 담았다. 처음 해부용 시체를 마주하고 느낀 삶과 죽음의 경계, 처음으로 꽃을 피우는 꽃나무처럼 순수하고 떨리던 젊은 날, 그 말하지 못한 모든 이야기들, 먼 타국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환자들, 장남이 되어서도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임종, 외로운 이민 생활을 함께 견디며 살다가 무장강도에게 목숨을 잃은 동생을 향한 그리움 … 거친 인생의 전기를 맞을 때마다 그의 상처를 다독였고, 많은 이들에게 살아갈 희망과 위로가 되어준 50편의 시와 이야기를 만난다.

  20대 후반에 이 땅을 떠나 머나먼 이국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일구면서 오로지 시작(詩作)을 통해 고국과 모국어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달래온 시인은, 그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리고 일 년에 한두 번 “석 달 동안의 귀국으로는 모국어 쓰는 것만도 송구”스러운 심정으로 한 편 한 편 시를 썼고 이를 다시 시집으로 묶어냈다.

  《하늘의 맨살》은 그의 열두 번째 시집으로, “경계인의 촉각”과 “비극적 생의 장엄함”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출했다는 상찬과 함께 2009년 제54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파타고니아의 양> <디아스포라의 황혼> <국경은 메마르다> 등을 비롯해 전작《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2006) 이후 발표한 총 51편의 시들로 채워져 있다.

 

<출판저널 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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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

5월 17, 2010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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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윤희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다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손 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광장에서 멀어지리”(표제작 <찬란> 전문)

  이병률 시인은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다”고 고백한다. 허수경 문학평론가는 이병률이 쓴 “모호하게나마 마음이 간절해지는 시다. 그리고 그것이 ‘찬란’ 이었고 ‘찬란’ 일 것이다” 라고 해설한다.

  3년만에 출간된 세 번째 시집《찬란》은 시 55편을 총 4부로 나누어 담아냈다.

 

<출판저널 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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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팠다 이제 비로소 깨어나는 기분이다”

3월 6, 2010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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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윤희 | 신간서평 – 시

11년만에 신작 시집 낸 시인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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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자 시인이 오랜만에 시집을 펴냈다.  “오랫동안 아팠다, 이제 비로소 깨어나는 기분이다” 라고 책 서문에서 심정을 내비친 시인은 신작 시집《쓸쓸해서 머나먼》으로 세상에 문을 두드렸다. 1999년《연인들》을 펴낸 이후 11년 만이다. 몇 년 전부터 병마와 싸우며 경북 포항의 한 병원에서 요양 중인 시인은 지인을 통해 교정지를 주고받으며 이번 시집을 묶어냈다. 11년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시인은 고요히 잠적했던 기나 긴 세월을 시로써 대꾸한다.

 

  “병원 안 컴퓨터실 / 고요한 실내 / 책상 앞에 서가 내 인생의 / 가장 큰 천국이었음을 깨닫는다” (<책상 앞에서> 중에서).

 

  시인은 병마와 싸운 시간들 속에 두려움을 내비치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참 우습다 /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참 우습다> 중에서).

 

  최 시인은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에 <이 時代의 사랑>외 네 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 時代의 사랑》《즐거운 日記》《기억의 집》《내 무덤, 푸르고》《연인들》등의 시집을 출간했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굶기의 예술》《죽음의 엘레지》《침묵의 세계》《자살의 연구》《상징의 비밀》《자스민》등 번역가로도 알려져 있다.

  언제쯤이나 그의 시를 음미할 수 있으려나 기다렸는데, 강산이 한 번 변하고서야 만날 수 있다니, 그리운 마음에 더 반갑다.

  1980년대 그의 시를 읽고 열광했던 젊은이들은 이제 중년이 되었을 터. 문학평론가 박혜경 씨는 “내 삼십대의 암울한 미래를 예감케 하는 듯한 최승자의 문장들은 오랫동안 내 젊음의 한가운데를 그토록 날카롭고 생생한 아픔으로 찌르고 지나갔다” 고 전한다. 아득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그때, 그 시간을 다시 되돌려《쓸쓸해서 머나먼》을 조용히 낭독해 보면 어떨까.

  이번 시집에는 70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동서양의 신비주의, 융의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문학, 심리학, 인류학 등에 두루 걸친 사유와 절제된 언어, 깊이 있는 시선과 통찰을 엿볼 수 있다.

 

  “먼 세계 이 세계 /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 먼 세계 이 세계 /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 먼 세계 이 세계” (<쓸쓸해서 머나먼> 중에서).

 

  문학평론가 박혜경 씨는 “자신의 상처 안에 웅크린 채 캄캄한 상처의 내벽만을 끈질기게 응시하던 시인의 언어들이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구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제 척박한 땅에서 힘겹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 그의 시는 꽃이 피고 풀이 자라는 비옥한 땅으로 이사 중이다.

 

  “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이다 / 오랫동안 내 詩밭은 황폐했었다 / 너무 짙은 어둠, 너무 굳어버린 어둠 / 이젠 좀 느리고 하늘거리는 / 포오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 (중략) // 아예는, 다른, 다른, 다, 다른, / 꽃밭이 아닌 어떤 풀밭으로 / 이사 가고 싶다” (<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 중에서).

 

<출판저널 2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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