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모든 교실이 도서관으로
글.한상수 (사)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 하루의 시작, 아침독서
전국의 모든 교실이 도서관으로
아침독서를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 중 하나가 학급문고이다. 학교 교실에 있는 학급문고는 학기초에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책으로 꾸려지는 게 보통이다. 여기에 그 교실에 계속 전해온 책들이 추가되는데 오래되거나 학년의 독서수준에 맞지 않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학부모들도 학급문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 잃어버려도 좋을 책을 보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마련된 학급문고는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그런데 학급문고는 학교의 독서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학교의 독서교육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학급문고는 책과 친구가 되느냐 마느냐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평상시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들은 집에도 좋은 책이 없는 경우가 많고, 학교도서관 이용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교실은 아이들이 집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이런 교실에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재미있고 좋은 책이 있다면 평소에 책과 안 친한 아이들이라고 할지라도 책과 친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독서교육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교사들의 공통점은 좋은 책들로 구성된 나만의 학급문고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직에 있을 때 천 권 가량의 책들로 꾸려진 학급문고를 운영했다는 여희숙 선생(현재 강남구립 일원청소년독서실 관장)은“나만의 학급문고를 갖는 것은 독서교육의 시작이며, 그것으로 독서교육의 절반은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면서“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고 열정이 있어도 잘 꾸려진 학급문고 없이는 독서교육을 꾸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좋은 학급문고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임교사들이 직접 책을 구입하여‘나만의 학급문고’를 만드는 것이다. 아침독서운동을 진행하면서 희망을 가졌던 것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학급문고를 늘려가는 교사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학급문고를 꾸릴 때 교원복지비나 성과급, 학급운영비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학급문고가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교육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이런 일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학급문고가 형식적인 책꽂이가 아니라 교육의 희망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교사 스스로 학급문고에 넣을 책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인천 주안초등학교의 강승숙 선생은“평생 아이들을 가르칠 거라면 좋은 책은 사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남양주 광동고등학교의 송승훈 선생은 학급문고의 최소 기준을 학생 수의 두 배 정도로 조언하고 있다. 먼저 책을 다 읽은 학생이 다른 책을 가져다 읽을 수 있고, 자기가 처음 집어든 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학급문고 책꽂이에 70~80권의 책이 있다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된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의 저자인 낸시 엣웰은 학생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해 줄 수 있으려면 학급문고에 적어도 한 아이당 20권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학교 현실에서 이 정도 규모로 학급문고를 꾸리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귀담아둘만한 얘기다.
필자는 독서운동을 하면서 이런저런 꿈을 꾸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국의 모든 교실이 도서관처럼 좋은 책이 가득하여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 같은 교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꿈이다. 모든 교실에 수백 권이 넘는 좋은 책들이 가득하다면 아이들이 참 행복하지 않을까? 더불어 출판사들도 많이 행복할 것이다. 출판계가 학급문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 싶다.
<출판저널 20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