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기획] 2010년 출판계 전망

12월 31, 2009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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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은 시대의 모습과 대중들의 기호, 사람들의 심리를 담는 그릇이자 시대를 바라보는 지표이다. 2010년, 출판계에는 어떤 키워드가 뜰까. 인문·사회, 문학, 경제경영, 청소년, 아동 각 분야 전문가들과 담당 편집자들에게 2010년 출판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인문학분야에서는 심리학과 결합한 인문서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인문학 서적 출간이 기대되고, 문학분야에서는 국내 장편소설의 잇따른 출간으로 한국소설의 귀환이 기대된다. 또 경제경영분야는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처럼 기본에 충실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서적들이 예상된다. 또 자유무역협정과 글로벌 기업의 진출 확대로 선진 기업과 대응하기 위한 국내 출판 산업의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청소년분야는 지난 해 인기를 끌었던 청소년 문학의 장르적 다양화가 기대되고, 공부법 분야의 강세와 함께 통합 교과과정을 반영한 기획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아동분야에서는 부의 재분배와 같은 새로운 화두가 떠오르고, 생태·환경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 출간과 함께 국내 창작동화의 출간도 기대된다.

  독자들은 2010년도 푸짐하게 차려 놓은 책 밥상 앞에서 즐거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눈썰미 있는 독자들은 숨겨진 보화를 찾는 데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적인 양식’을 얻게 될 것이다.

 

글 김성신 출판평론가, 광운대학교 강사   |  인문·사회분야

인문학의 부활을 다시 꿈꿔 본다

 

  2009년 한해 경영경제서와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 반면 최근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인문분야의 책 판매량은 2008년에 비해 30%나 대폭 늘어났다. 우선 반가운 일이다. 인문분야 책들의 판매량 증가를 놓고 전문가들은“어려운 시기일수록 자신을 되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 인간의 본질과 근본에 대해 다룬 인문학이 인기를 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를 배경으로 ‘인문학 열풍’이 다시 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 섞인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2009년 한 해 동안 팔려나간 책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보면 인문학의 부활을 점치기에는 조금 성급한 것이 아닌가 싶다.

 

1001_special_02심리학을 인문학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다양성 추구

  다음은 2009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2백 권 안에 포함된 인문학 서적의 목록이다. 25위《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43위《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51위《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81위《지식 e SEASON1》, 86위《심리학 초콜릿》, 107위《청춘의 독서》, 151위《고민하는 힘》, 181위《글쓰기의 공중부양》, 187위《생각의 탄생》. 종합 100위권 내에 인문학 도서는 단 다섯 권, 200위권까지 살펴봐도 모두 아홉 권에 불과하다. 200위권에 46권이나 포진시킨 자기계발, 경제경영 분야에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여기에 더해, 2009년도 인문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책들 중에 대중심리학분야가 여러 권 포함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 자기계발과 성공학분야는 다양하게 분화되어 갔는데, 그 중 한 갈래는 심리학이라는 인문학의 한 부류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추구했다. 절대적으로 층이 두터운 자기계발분야의 독자들이 지난 몇 년간에 걸쳐 바로 이 지점에서 반응했다. 2009년도에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김혜남이 쓴 두 권의《서른 살~》과《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심리학 초콜릿》과 같은 대중심리학 책들의 판매량이 인문분야의 수치상 약진을 대부분을 설명한다. 한편 2009년 연말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만들어진 신》《신의 언어》《닥터스》와 같은 교양과학분야로 가있어도 좋을만한 책들이 여러 권 포함되어 있다.

  ‘인문학 열풍’이나 ‘인문의 부활’같은 화려한 그 무엇을 예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문분야의 도서들에 대해 특별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 크게 눈에 띄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인문분야도서 소비자들은 인문학이라는 해당 분야에 대한 충성심이나 기대를 따로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실용적인 측면에서 필요에 의해 구입한 책이 서점에 의해 인문학으로 분류되어 집계되는 것뿐이다.

  이쯤에서 사회분야 책들의 상황도 한번 살펴보자. 여기는 좀 더 심각해 보인다. 사회분야의 책 중에서 2009년도 연간 베스트셀러 200위 안에 제목을 올린 책들은 다음과 같다. 35위《나쁜 사마리아인들》, 39위《화폐전쟁》, 65위《후불제 민주주의》, 73위《성공과 좌절》, 74위《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렇게 다섯 권이다. 그나마도 이 중에서 2009년도에 출간된 책은《후불제 민주주의》《성공과 좌절》단 두 권 뿐이다.

 

‘청년 독자들의 복귀’가 관건

  2009년의 인문·사회분야도서가 이런 처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보인다. 그것은 바로 ‘청년 독자들의 복귀’이다. 2009년도에《청춘의 독서》《고민하는 힘》《후불제 민주주의》와 같은 책들이 특히 20~30대 청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는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인해 불안해진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진지한 고민 속에서 풀어가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문·사회서가 가진 최대의 미덕이 ‘진지한 고민과 사유’를 던져주는 지점에 있다고 할 때, 바로 그러한 미덕을 발휘한 도서들의 베스트셀러 진입은 큰 의미가 있다.

  전통적으로 진보적인 입장과 견해를 가진 지식인 계층이 인문·사회 분야 도서의 주 필자층과 독자층을 형성해 왔다. 진보란 본질적으로 고민과 사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분석하고, 비판하고, 이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정보로만은 버틸 수가 없다. 다량의 지식이 필요하다. 1990년대까지 현대사의 정치적, 사회적 질곡은 인문·사회과학분야의 도서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두 정권의 집권기를 거치며 우리 사회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현실정치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연결되었다.

  소위 386세대는 청년시절부터 오랫동안 머리와 가슴으로 사유했던 것들을 현실에 적용시켜야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것을 펼쳐 보이는 방식은 ‘현실’에 머무르기만 했지, ‘고민과 사유’의 형태로 표현되지 못했고, 한 권의 책으로까지 체계화되지도 못했다.

  2009년 후반부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펴낸 두 권의 책들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2천 년대 초반까지《광주민중항쟁》《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포함해 수많은 저술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조차 참여정부 집권기인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펴낸 본격저작물은《대한민국 개조론》단 한 권뿐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물러나고 나서 출간된 이 책은 그나마 큰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인문과 사회분야에서 스타 저술가였던 그의 이런 집필공백기는 ‘현실’과 ‘현안’에 파묻혀 바빴던 탓일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유시민처럼 신랄하게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주던 1980~1990년대의 스타 인문·사회학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 십 수 년 간 서점가에서 종적을 감추어 버렸고, 독자들은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미시사’류의 책들을 들쳐보며 지적 유희를 즐기거나, 실용적인 면을 강조한 심리학서나 뒤적거리며 위로받아야 했다.

 

잘 나가는 책 보면 사회 심성 보여

  그러나 인문·사회분야의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10년 만에 화려하게 컴백한 보수주의 정권의 권위적 태도와 행보는 인문·사회분야 도서가 다시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 조류에 지나치게 경도되었던 우리 사회가 스스로 반성의 기조를 보여주게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돈돈돈돈’ 한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될 수도 없으며, 그런 태도가 야기하는 비인격적인 삶에 이제 진저리가 날 때도 되었기 때문이다. 소위 잘나가는 책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사회의 심성이 곧바로 보이기도 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들 속에서 천박함과 속물스러움을 반성하고자하는 움직임도 포착이 된다. 그 대신 도덕성, 지속성, 삶의 가치, 공존, 숭고함 등과 같은 고귀하고 품위 있는 것을 향해 조금씩 삶의 태도가 바뀌어가는 징후가 발견되는 것이다. 한비야의《그건 사랑이었네》와 같은 책이 큰 사랑을 받은 것도 바로 그런 의미 있는 징후 중에 하나일 것이다. 또한‘현실’에 정신이 팔려 그간 저술가로서는 나태했던 진보적 지식인들이 대거 책상 앞으로 돌아와 현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구체적 대안을 다시 내놓게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대망의 2010년, 이런 호재들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인문·사회 분야의 진정한 부활을 기대해 본다.

 

<출판저널 201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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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주승일 그린비 편집팀장   |  인문·사회분야

다양한 문제제기로 독자들과 소통

 

  교양 위주의 지식과 심리학적 처세서가 강세를 띠고 있는 인문서 마당에, 2010년 그린비는 ‘나’와 세상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담론들, 진보적 지식인들의 미래를 위한 담론들을 내세워 신자유주의의 대항마로 삼고자 한다. 도시에 내재된 문제와 함께 그 가능성을 파악해 진정 살고 싶고 매력적인 도시를 재건하는 전략을 소개한《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신자유주의가 사회의 새로운 합리성으로 자리잡은 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새로운 세계 이성》,  ‘통치성’의 문제를 재사유한《생명 그 자체의 정치학》, 인류학의 관점에서 자본과 정치의 문제를 지적하며 아나키즘적 실천을 요구하는《가능성들》등이 대표적인 예정작이다.

  그리고 2009년 한 해 주목받았던 랑시에르, 아감벤 등의 해외 석학들이 2010년에도 여전히 주목받을 예정인데, 그린비는 이들 사유의 원천이 된 알튀세르와 칼 슈미트를 준비 중이다.

  먼저 푸코·데리다·들뢰즈 등 동시대 철학자뿐 아니라 바디우·랑시에르·지젝 등 후대 철학자에게 깊은 영향을 준 알튀세르를 재고찰하고자 한다. 진태원·박기순·서동진 등 관련 연구자들을 모아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여기에 마슈레·모로·발리바르 등의 논문을 더해《알튀세르 효과》(가제)라는 단행본으로 묶을 예정이다.

  특히 2010년은 알튀세르 사망 20년이 되는 해이므로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다. 슈미트와 관련해서는 그의 대표작인《정치신학》과 함께 그의 전기《적:칼 슈미트의 지적 초상》을 펴내 그의 사상을 재조명할 예정이다.

  국내 인문학자들의 책도 지속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부(富)와 경제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는《돈의 달인》, 욕망·사랑·생명·정치·몸 등 철학의 다양한 주제를 논쟁적으로 서술한《라이벌 철학사》, 그리고 개념어에 대한 이해와 자유로운 개념 사용을 위해 기획된 ‘개념어 총서 WHAT’ 2차 분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2차분에서는《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기억’ ‘이데올로기’ ‘욕망’등의 개념 사용 비법을 전파할 예정이다. 고전을 오늘의 시각에서 다시 쓰는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도 계속될 예정인데,《 종의 기원》과《일리아스》가 현재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황종연·임지현·윤해동·백영서 등의 지식인들을 인터뷰하여 1990년대 이후 한국 인문학의 지형을 살핀《세기말 한국 인문학의 지각변동》도 예정되어 있다.

  한편 인문학의 저변 확장을 위해 동서와 고금을 넘어 다양한 지식과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투창과 비수’의 정신으로 근대 중국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한 대문호 루쉰의 저작을 ‘전집’으로 펴낼 예정이며, 18세기 일본의 고전인《동자문》을 펴낼 예정이다. 시간적 거스름을 통해 인문학 지대를 확장하는 이 같은 고전 출판과 함께 동시대 우리 주변 세계를 탐색하는 공간적 확장도 꾀한다.

  라틴아메리카 근대성 문제를 파헤쳐 고전의 반열에 오른 가르시아 칸클리니의《혼종문화》, 바흐친의 사상이 갖는 러시아 문화상의 의의를 정리한《바흐친과 문화의 동력학》, 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아젠다를 제기하기 위한〈아이아 총서〉(Agendas In Asia)의 여러 저작들(우카이 사토시의《주권의 너머에서》, 요네타니 마사후미의《아시아:일본》, 도사카 준의《일본 이데올로기론》, 첸리췬의《망각을 거부하라:1959년학 연구》등)이 줄기차게 나올 예정이다.

  2010년 그린비는 트렌드에 대한 세밀한 분석에 치우치기보다는 인문 출판이 속 깊은 물음과 사유의 확장으로 삶의 변화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생각 하에, 인문학의 다양한 문제제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출판저널 2010-01>

(c)출판저널 문화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 박희진 한길사 편집부장 | 인문·사회분야

한일병합 100년, 한국전쟁 60년, 근현대사 조명 활발

 

  한해가 저물어가는 2009년 연말, 돌아보는 시간은 언제나 화살 같다. 새삼 구두쇠의 동전처럼 짧은 시간이라도 인색하게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다가오는 새해의 옷자락을 바투 잡아본다. 사회의 현실을 가장 민감하게 읽어내야 하는 출판은 어느 때보다 지금 분주하다. 2009년은 어떠했고, 2010년은 또 어떠할까? 급속히 변화해가는 세상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며, 또 우리 사회의 가치를 출판은 어떻게 세우고 이끌어가야 할까.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유독 2009년은 국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이슈들이 많았고, 출판은 그런 현상을 여실히 반영하는 결과를 보였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초래된 경기불황, 전직 대통령들의 연이은 서거, 세종시 이전과 4대강 사업으로 초래된 국정 혼란, 용산참사, 신종플루 유행, 지구적 재앙에 대비하기 위한 기후변화 협약 등 한마디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현상과 사건들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 독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안정과 희망일 것이다. 2009년 강세를 이룬 소설과 에세이분야의 주요 코드가 ‘위안과 감동’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측면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현상에 좀 더 깊은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인문·사회분야의 출판은 어디를 지향해야 할까. ‘출판의 꽃’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언제나 어려운 길이었던 인문학. 어차피 어려운 내용과 딱딱한 주제, 관념적 담론일 수밖에 없고, 불황에 비탄력적인 만큼 소수 독자에게만 만족하는 타성에 젖은 생각을 우선 경계해야 한다. 아카데믹한 책은 책대로 존재하지만, 좀 더 많은 독자들과 부단히 소통하려는 ‘현실 인문학’의 다양한 지점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2009년과 큰 차이 없이 2010년에도 ‘글로벌 경제위기’와 ‘지구적 환경재앙’에 대한 해법 찾기는 계속될 것이고, 현 정부의 개발주의식 정책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 민주주의, 복지제도, 교육정책, 시장경제 등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기획은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생각해보는 기획의 방향은, 지금 국제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힘의 실체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개혁의 마찰을 최소화하는‘혁신’과 지속가능성, 인간 위주의 발전 등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강력한 하나의 무게중심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워싱턴컨센서스’를 대체하는 ‘베이징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향후 제3세계 개발 국가들이 참조 가능한 또 하나의 ‘대안적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지 모른다고 학자들은 전망한다. 나아가 2010년은 한일병합 100년이 되는 해이고 한국전쟁 60년이 되는 해인 만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조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고, 이것은 과거사 문제와 맞물린 만큼 자연스럽게 한·중·일 동아시아 공동체 담론을 확장시키리라고 본다.

  한편, 2009년 국내 유수의 몇몇 기업이 전자책 단말기를 속속 출시하고, 그에 맞춰 서점과 출판사들이 출판 콘텐츠의 체계적인 관리와 서비스 사업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졌다. 판매도 30% 이상 증가했다고 하는 등 그야말로 전자책 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하지만 인문 콘텐츠의 수요는 아직 미미한 듯하다. 그렇더라도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출판의 기획과 콘텐츠의 가공, 연출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음은 인문학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길사는 지난 2009년 12월 19일 창립 33주년을 기념하는 송년모임을 가졌다. 김민웅 교수의 덕담으로 (인문)출판의 역할을 되새겨본다.

  “출판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생각과 경륜을 담은 책이라도 탄생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출판의 노역(勞役)은 문명의 산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끊임없는 헌신이다.” 2010년, 출판인들의 건승을! 우리 사회의 희망을!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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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석주 시인, 문학평론가 | 문학분야

국내 장편소설 쏟아질 듯 이상 탄생 100주기

 

  과거란 끌어당겨 덮은 이불이고 미래란 이불 속에 뉘인 몸이다. 이불 속에서 몸이 기척할 때 이불은 들썩인다. 예를 들면 과거사진상위원회 같은 기구를 작동하는 것은 이름과는 달리 과거가 아니라 미래 가치, 혹은 미래 이념이다. 더 정확하게는 미래 가치에 꿰어 과거-다시보기다. 미래가 기척을 하니까 과거가 들썩이며 바람이 이는 것이다. 이렇듯 과거와 미래는 한 이불 속에서 동거한다. 그렇다면 현재는? 이불과 그 속에 뉘인 몸을 하나로 뭉뚱그려 현재로 인식하는 의식 그 자체다. 현재는 그것을 인식하는 의식이 없다면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는 항상 현재 안에 있다. 우리가 현재 안에 이미 있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충분하지 않거나 균질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까닭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충분치 않거나 균질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그것을 충분하게, 혹은 균질한 상태로 되돌려놓는 일이다. 그것이 현재 안의 미래를 선취하는 행동이다.

 

당대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당대의 시대정신을 읽는다는 것

  외환위기 이후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은 2009년도 출판은 전반적으로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인 한 해였다. 그럼에도 한국문학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며 선전을 했다. 무엇보다도 신경숙의《엄마를 부탁해》가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삶이 자꾸 남루해지고 끔찍해지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문학에서 위로와 위안을 구한다. 자꾸 바깥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은‘안쪽’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에 기대어 그 절망과 고통이 만드는 심리적 과부하를 견디려고 한다. 우리 기억의 안쪽에 가장 따뜻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게 가족에 대한 기억이다. 가족은 보호와 양육의 성소, 그리고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피난처가 되는 까닭이다. 잃어버린 어머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신경숙의 소설은 그런 점에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가족서사의 귀환이라고 할만하다.

  당대 사회적 의제의 핵심을 관통하는 공지영의《도가니》나 문체의 독자성을 획득한 김훈의《공무도하》도 독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한국 작가의 소설들이 여러 편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모든 문학 텍스트는 시간을 현재화함으로써 오늘의 시대 안에 내재된 전언, 상징들, 전형성을 드러낸다. 당대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당대의 시대정신을 읽는다는 것과 같다. 특히 소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물어야 하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필자는 이승우의《한낮의 시선》, 배수아의《북쪽 거실》, 하일지의《우주피스 공화국》, 장정일의《구월의 이틀》, 김연수의《세상의 끝 여자친구》, 김경욱의《위험한 독서》등을 오늘을 꿰고 내일을 내다보는 의미있는 독서 경험으로 반추한다. 이 소설들은 내놓고, 혹은 은밀하게 한국소설의 지형을 바꾼다. 미래 전망은 가히 소설들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새해가 열리자마자 봇물 터진 듯 장편소설 쏟아질 예정

  문학-책은 대화와 소통의 거점 장소이다. 대화는 문학-책 속에 숨은 수없이 많은 선들을 따라가며 이루어진다.

  소설들은 저마다의 선들을 그으며, 혹은 다른 선들을 끌고 뻗쳐간다. 어디로?

  소설을 읽는 일은 그 선들을 따라 세계의 끝까지 가보는 일이다. 2010년에는 장편소설들의 귀환이 기대된다. 아마도 새해가 열리자마자 봇물이 터진 듯 장편소설이 쏟아질 예정이다. 침강하려는 문학 지형을 뚫고 마그마처럼 분출해서 새 지층을 만들려는 의욕이 작금의 한국문학 내부에서 하나의 열기로 끓고 있다. 이제하, 최인석, 구효서, 김종광, 김도언, 윤성희, 정한아, 김인숙, 강정, 정영문, 하성란, 권지예, 김숨, 조하형, 구경미, 김서령, 박형서, 이기호, 김미월, 황정은, 하재영, 공선옥, 한강, 서하진, 전경린, 정지아, 강영숙, 이지민, 천명관, 박주영, 서유미 등이 장편소설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내용으로는 변경, 그 경계 위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 즉 시대라는 거대한 프로펠라가 거칠게 돌며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그 밀어내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중심에서 저 변두리로 밀려나간 개별자들의 하염없이 고단한 삶을 그린 소설들이 한 흐름을 이룰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개별자의 삶이 품은 변전(變轉)과 유동(流動)은 현실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원심력이 작동하는 흔적이다.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애환과 곡절을 유머와 농담으로 비벼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이야기꾼인 성석제, 이미《오빠가 돌아왔다》에서 패러디와 아이러니의 대가임을 증명한 김영하, 오랜 침묵상태에 있던 따뜻한 냉소주의자 심상대,《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라는 창작집 이후 새 작품이 없는 은희경, 《침이 고인다》에서 비루한 삶을 품은 여인숙, 반지하방과 같은 현실의 방들을 위트와 유머라는 부력(浮力)으로 띄워 우주지리학의 어느 지점에 위치시키려 했던 김애란,《사육장 쪽으로》에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을 보여준 편혜영,《풀밭 위의 돼지》에서 기존의 가족 서사를 기묘하게 일그러뜨리고 뒤집은 김태용 등의 장편소설이 기대된다.

 

고은의 연작시집《만인보》완간 기대

  시는 어떨까. 한동안 유행했던 하위문화의 전유, 즉 만화와 같은 대중문화에서 빌려온 퀴어와 하드코어적인 상상력, 그리고 자아 내부에서 일어나는 분열의 리얼리티를 다룬 시들이 퇴조하면서 풍부한 감각의 환유들을 밀고 나오는 시들이 하나의 흐름을 이룰 것이다.

  문정희, 조정권, 정호승, 장석주, 고형렬, 장석남, 조은, 이정록, 조연호, 김행숙, 이영주, 이제니 등 중견에서 신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새 시집을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백지의 심연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정념들이 환유적 상상력을 입고 시로 솟구친다. 주체의 욕망을 동력 삼아 춤추는 시들. 악의 무한 속에서 그걸 견디기 위해 동화와 멜랑콜리를 섞고 비벼 만든 시들. 또 한편으로 웃음의, 울음의, 생태주의 시들. 이것들이 한데 얼려 춤춘다. 바야흐로 시들의 백화제방의 시들이 다시 올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문재, 송재학, 송찬호, 문태준, 정끝별, 나희덕, 유홍준, 이장욱, 김행숙, 황병승, 김경주, 심보선 등의 작업을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은의 연작시집《만인보》의 완간이 기대된다. 스무 해가 훌쩍 넘도록 고은은《만인보》에 매달렸다. 고은의 시적 상상력은 표류와 표착으로 이루어진 도상학(圖像學)을 펼쳐낸다. 고은은 끊임없는 자기 부정의 지평 위에서 탐미주의에서 민족으로, 민족에서 선(禪)으로, 선에서 사람으로 변전한다.

  《만인보》는 만인이라는 개별자의 삶과 체험을 하나의 점으로 찍고 그 점의 군집들로 거대한 시대의 벽화를 만드는 작업이다. 시인은 자신이 가로질러온 파란과 격동의 세월을 개별자의 삶이라는 점으로 수렴하고 다시 그것을 거대한 벽화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시대정신을 관통하려는 의욕으로 충만해 있다.《 만인보》의 문학적 성취에 대한 판단은 엇갈리는 듯하다. 그럼에도《만인보》는 역사적 진실을 담보한 개별자의 삶을 한 편 한 편 시로 살려냄으로써 우리 현대사가 품은 저 유적(流謫)의 시간들을 공간화하고 있다.

 

2010년, 이상의 탄생 백주기 되는 해

  2010년은 이상의 탄생 백주기가 되는 해이다. 스스로 ‘일세의 귀재 이상’(<종생기>)이라고 자신을 한껏 드높였던 이상은 1910년 9월 23일생이다.‘ 근대’라는 화두와 온몸으로 부딪쳤던 한국 최고의 모더니스트가 태어난 지 백주기가 갖는 상징성에 대하여 우리 문학출판의 반응이 있으리라 기대가 된다. 요절 시인. 모독당한 한국문학 최초의 모더니스트. 아마도 그 이상 문학을 새롭게 조망하려는 움직임들이 책의 형태로 가시화되어 나타날 것이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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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희 은행나무 편집부장 | 문학분야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

 

  작년 한 해 출판계는 그야말로 떠들썩했다. E-Book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출판콘텐츠의 ‘원 소스 멀티 유즈’현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더구나 문학분야의 이 같은 변화는 한층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으로 출간한 지 이미 오래된 원작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한편 오퍼 시작부터 숱한 후문과 화제를 낳았던 해외 문학작품들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비싼 만큼 값을 한다’는 출판계의 통념을 다시 한 번 입증하기도 했다. 국내 문학계에서는 어려운 시대에 ‘아버지’를 이어 ‘어머니’가 위대한 힘을 과시했으며, 온라인서점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연재 열풍이 봇물 터지듯 이루어진 해이기도 했다.

  다른 어떤 해보다 다사다난하게 보냈던 출판계에 과연 새해는 또 어떤 기회와 위기를 안겨줄까?

  날로 높아지는 선인세 경쟁에도 해외 베스트셀러에 대한 국내 출판사들의 애정은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일본 문학분야의 소위 ‘이름값’하는 작가들의 신간 선인세가 5년 사이 열 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은 주목해볼 만하다. 이런 책들 중 다수가 실제 판매 면에서는 기대 이하인 경우가 더 많아 출판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더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미문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보장된’ 베스트셀러의 오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선별작업보다는 작가 이름이나 해외 판매성적에 기대어 출판사들 사이에 무리한 과열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이는 능력 있는 신진 작가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좋은 작품을 다양하게 접할 권리를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그동안 꾸준히 우수한 일본 문학작품들을 소개해온 우리 출판사도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나가면서 동시에 주제의식이 강하고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만한 영미권과 일본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시각을 넓혀줄 수 있는 북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문화권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시도해볼 것이다. 시대와 인류에 대한 깊은 사유, 다문화의 수용, 영웅 신화와 판타지 등 소재와 장르면에서도 ‘경계’와 ‘구분’이 아닌 ‘포용’과 ‘이해’에 집중할 생각이다.

  한편,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내 작가들의 행보도 무시할 수 없다.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이나 온라인 연재 등 권위의 틀을 벗어나 대중과 한층 가까워지려는 그들의 노력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고 국내 문학계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우리의 고유 정서와 대중적 코드를 잘 담아낸 문학 작품들이 속속 출간되면서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꾸준히 이어질듯 보인다.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내 심장을 쏴라》를 출간한 우리 출판사 또한 이 책을 시발점으로 하여 대중성과 작품성을 균형 있게 갖춘 국내 문학작품들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멀티 유즈’가 가능한 스토리텔링 위주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상업적인 기대는 물론 해외 판매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 출판사가 올 한해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는 ‘여성’이다. 연애소설이든 미스터리든 성장소설이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우리시대 젊은 여성작가들의 시선으로, 때로는 리얼하게 때로는 작가만의 상상력을 통해 다채롭게 그려내고자 한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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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미연 현대문학 단행본 편집팀 팀장 | 문학분야

사회비판소설 이어질 듯

 

   2009년 국내 출판시장에서 소설분야는 ‘소설의 귀환’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올해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국내문학 21권, 해외문학 20권 등 문학작품이 4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통해 증명된다. 세상이 힘겨울수록 독자들은 서사 혹은 이야기를 찾는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이 각광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즐거워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왜냐하면 국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작가들은 이미 몇 년째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귀환’은 출판시장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요구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 현상에서 다양성이 배제된다면, 그 힘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새로운 상상력을 지닌 좋은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통로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9년 한국 문학의 이슈를 꼽자면 단연《엄마를 부탁해》였다. 신경숙이라는 이름의 힘을 또 한 번 증명한 이 작품은 그 자체로도 ‘코드’가 된다. 좁게는 엄마, 넓게는 가족으로 해석되는 이 코드는 신경숙이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해도 그 위력을 충분히 발휘했을 것이다. 2010년에도 삶은 여전히 힘들 것이고, 그럴 때 가장 절실하게 우리를 이끄는 것은 엄마 또는 가족일 테니까.

  한편 이러한 삶의 힘듦은 저항, 고발이라 부르는 다양한 사회비판 소설을 탄생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공지영의《도가니》가 우리 소설에서 오래 자취를 감추고 있었던 비판적 시선을 다시 들고 나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6.9작가 선언이라는 작가들의 ‘앙가주망’이 주목을 받고 그 결과물《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까지 생산해낼 수 있었던 것처럼 2010년에는 더 많은 사회비판 소설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2009년은 특히나 조용한 전쟁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고전이 된 외국 문학 작품의 번역 및 출판이 붐을 이뤘다. <을유세계문학전집> <대산세계문학총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과 더불어 새롭게 선보인 <모던클래식>, 웅진의 <펭귄클래식>,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에 이르기까지, 이붐이 2010년에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2010년 현대문학에서는 젊고 패기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현대문학은 국내 신인 작가 발굴과 양성에 가장 큰 힘을 모으고자 한다. 다양한 목소리, 새로운 상상력을 기대하는 마음 또한 크다. 또한 문학과 문화,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세계문학 깊이읽기 시리즈(가제)’를 통해 전집류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2009년 ‘소설의 귀환’이 2010년에는 ‘소설의 제왕’의 해가 되기를 바라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맹위를 떨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문학이 세계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발칙한 상상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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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주남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경제경영분야

글로벌 기업 대비해 출판산업 전략적 지원 필요

 

  각국이 금융통화정책에서 적극적인 공조 체제를 유지해왔고, 재정확대 정책기조를 유지한 결과 글로벌 경제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물경제도 선진국들의 민간소비가 완만하게 살아나면서 경기 저점을 통과했고 신흥시장은 이미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의 토대로 볼 때 2010년 세계 경제는 고용의 불안정성과 출구 전략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비교적 잘 대처하여 온 우리나라의 경제도 새해에는 생산, 소비, 고정투자 및 수출이 모두 빠르게 성장하여 실물 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해 질 전망이다.

 

해외 경쟁자의 출현으로 경쟁 여건은 악화될 것

  그러나 세계 경제 성장세 회복이 모든 산업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시장이 늘어나는 만큼 해외 경쟁자의 출현으로 경쟁 여건은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해외 여건 변화를 몇 가지 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해외 시장에서의 환경변화와 경쟁 여건 및 해외 수요의 크기에 따라 성장세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산업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에는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한 심의가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새해 3~4월경에는 미 의회 심의를 기대할 수 있으며 한·EU 자유무역협정도 2010년 7월경에는 공식 발효가 기대되고 있다. 자유무역 협정에 따라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 장벽이 제거되는 데다 국내 거시경제 여건 및 실물경제 지표의 회복에 따라 외국인 직접 투자는 예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내의 대부분 산업에서 외국기업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둘째, 글로벌 비즈니스계에서 녹색 기술(그린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코펜하겐 정상회담에서 개도국의 저항으로 탄소 규제는 잠시 시간을 벌었지만 미국의 참여와 선진국의 일치된 움직임으로 볼 때 이제 모든 산업에서 녹색기술 개발은 대세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선진국들의 기술 장벽이 강화될 것을 의미한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개도국들은 시간을 번다 한들 상당한 연구 개발이 요구되는 녹색성장에 참여하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계도 점진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판산업에서 사용하는 각종 원료인 종이(나무), 잉크 등을 비롯하여 기계 등 생산 설비는 환경과 탄소 배출 측면에서 지속적인 개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성장이 최우선이라고 믿어 왔던 각국 정부와 소비자들은 금융 위기의 주요인이 기업의 도덕성 상실과 사회에 대한 배려 부족에서 기인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윤리성이 결여되거나 사회에 대한 책임을 소홀이 할 경우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빌게이츠와 같이 정부의 지원도 없이 기술력만으로 글로벌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가 300억 불(약 36조 원)의 사재를 털어 만든 재단은 워렌 버핏 등의 투자가가 가세하면서 급성장 중이다. 특히 이 재단은 수익으로 지원하는 다른 재단과는 달리 소멸성 재단으로 세계 모든 기업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각국 정부가 문화산업을 미래형 산업의 하나로 정하고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IT산업, 의료 산업, 우주 산업, 로봇 산업 등에 중점을 두어 왔지만 최근에는 문화 산업이 대세이다. 문화 산업은 환경이나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데다가 사회적인 기여도가 높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출판산업, 문화산업의 중요 콘텐츠

  유네스코는 일찍이 1970년대부터 경제적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여 오고 있는 문화산업을 인쇄 자료, 문헌, 음악, 방송, 문화유산, 공연 예술과 시각 예술 및 체육 활동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출판산업을 문화산업의 중요 콘텐츠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표준산업분류에서 문화상품과 출판을 구분하고 있는 등 문화산업의 주력 콘텐츠로서의 위치가 약해 보인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보고서에서 문화산업을 영화, 방송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및 출판만화 등 오락성을 중시하는 협의의 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경우 출판산업을 문화산업의 좌장으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출판산업은 경제 사이클에 저항적인 속성이 있다고 본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경기가 나쁘더라도 출판물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세계 최대의 출판산업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출판계는 불황기에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똑같은 경제 이론과 경제 여건이라 하더라도 각국별로는 마케팅 등 전략적인 접근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또한 출판산업의 중심 메카인 미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향후 우리 출판계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소개한다.

  상업용 인쇄물 출판업은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중소기업 위주의 생산 시스템을 고수 하고 있지만 최근 통계 수치인 2008년을 기준으로 1,000억 불(120조 원) 규모의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잡지 출판업은 상위 50개사가 70%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400억 불(48조 원)의 시장 규모로 2위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이미 예견은 하였지만 인터넷 출판업은 이미 오프셋 형태의 출판업의 시장 규모를 훌쩍 뛰어 넘었다. 인터넷 출판업의 시장 규모는 350억 불(42조 원)인데 오프라인 서적 출판업의 300억 불(36조 원) 규모를 넘어 서고 있다. 한편 연관산업인 서점업의 판매 시장 규모는 150억 불(18조 원)에 그치고 있는 데, 이는 미국 출판업의 해외 세일즈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반증하여 준다.

  한편 우리나라는 출판 발행 종수 가운데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1%를 넘어선 만큼 대외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이다. 여기에다가 미국의 경우 출판업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이 16만 불(약 1억 9천만 원)에 달하고 있음은 노동집약산업임에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자유무역협정과 시장개방 확대, 세계적인 경기회복세,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확대 등 대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출판산업이 21세기의 중심 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출판 산업이 문화산업의 중심이라는 토양을 조성하고 최대한의 정책적인 지원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문화 전문 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관행적, 법적, 제도적인 정비를 포함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선진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앞선 IT기술을 활용하는 기술적 우위 확보 노력과 더불어 국제 기준에 맞는 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유통 질서와 시장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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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종운 비즈니스맵 기획편집팀 팀장 | 경제경영분야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출판시장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후행한다. 지난해도 2008년 말 시작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에도 이런 흐름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경제성장률을 5%까지 예측하는 경제연구소도 있지만 수출 위주의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므로 내수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 한 출판시장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는 그 부침이 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비즈니스맵은 2010년 기획 방향을 다음과 같이 잡고 있다. 경제경영서는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과 이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고찰과 모색, 미국식 경영 모델에 대한 반성과 제3의 경영모델 탐색, 그리고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한국기업의 성공사례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에 맞춰 진행할 생각이다.

  큰 줄기는 이렇게 방향을 잡았고 세부적으로는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경영의 기본원리, 혁신 성공사례, 비즈니스맨이 꼭 갖춰야 할 비즈니스 스킬 등을 다룬 서적들을 시리즈 형태로 계속 발굴, 출간할 계획이다. 또한 일상에 항상 쫓기는 비즈니스맨들이 1시간 안에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읽기 편한 도해와 동영상 강의를 접목한 문고판 형식의 포켓 시리즈도 출간할 계획이다.

  자기계발서의 기획 콘셉트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세상과 나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자기계발서의 전반적 흐름을 ‘소통과 치유’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2010년에도 지속되면서 세분화되고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상과 나에 대한 성찰과 모색은 자기계발서를 심리학, 인문학, 철학, 사회과학, 예술 등의 분야와 접목시켜 다양한 기획을 시도할 계획이다.

  한편 2009년에 본격화된 뇌과학에 관한 기획도 창조적 사고와 학습법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리즈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제 더 이상 영미권 서적들이 주로 다뤘던 뻔한 성공법칙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IMF 사태로 인한 반작용으로 출판계의 쏠림 현상이 심했던‘기업 조직 안에서의 성공 법칙과 롤 모델’로는 세상에 대한 소외감과 무력함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출판시장은 축소될 수도 있지만 ‘나는 누구인가’‘세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으로 자기계발서 시장은 깊이 있는 독서가 좌우할 수 있다.

  2010년은 출판계엔 햄릿이 말했듯이‘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절체절명의 생존을 위한 경쟁력과 장기플랜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숨을 한번 크게 고르고 자신과 주변을 뒤돌아볼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하며, 반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긴 안목으로 내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서적들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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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모민원 한스미디어 기획1팀장 | 경제경영분야

생존을 위한 지식 무장과 심리적 위안 기대

 

  모르긴 모르되 경제경영서 기획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라면 1년 전 이맘 때는 그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마치 IMF가 다시 온 듯한 충격에 온 나라가 휩싸였기 때문이다. 연일 바닥을 치는 주식과 부동산은 출간이 임박했던 재테크 서적을 모조리 캐비넷으로 집어넣게 만들었고,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자기계발서 역시 출간 일정을 다시금 고민해야만 했다.

  경제경영서의 주요한 두 축을 담당했던 재테크와 자기계발서가 2009년만큼 설자리를 잃었던 해는 최근 10년 동안 찾아보기 어렵다. 그 자리를 대신한 서적들은 경제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논하는 서적들과 심리학을 기조로 삼은 책들이었다. 생존을 위한 경제적 지식의 무장과 심리적 위안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은 2010년에도 유지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경영서는 근본적으로 ‘분위기’에 민감하다. 각종 경제지표가 2010년을 희망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그것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현재 진행중인 경제적 위기와 불황은 전통적인 경제경영서 독자들로 하여금 잔뜩 움추린채 2010년을 맞이하게 할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전히 ‘생존을 위한 도구’와 ‘마음의 위안’이다. 만화를 비롯해 여러 가지 포맷으로 변화하는 경제학과 대중적인 심리학 서적의 출간이 2010년에도 이어지리라 보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위기와 시련을 이겨낸 개인의 성공 스토리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모 방송국에서 CEO들의 성공담을 다큐형식으로 방송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적지 않은 출판사에서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을 저자로 섭외하기 위해 진땀깨나 흘리고 있다고 한다.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한 서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자기계발서의 열혈독자군으로 성장한 이들은 불황에도 변함없이 지갑을 열 수 있는 몇 안 되는 핵심타깃이기 때문이다. 우리 출판사에서도 2010년 1분기에 20대 여성들의 경제적·정신적 자립에 대한 자기계발서를 출간할 예정인데 내심 기대가 크다.

  인문적 소양에 대한 니즈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와 같이 고전과 역사의 영웅들을 재해석한 책에서 개인과 조직의 가야할 길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우리는 2010년 하반기에 불멸의 리더‘카이사르’와 관련된 책의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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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준호 청소년 도서평론가, ‘서정 콘텐츠 에이전시’대표 | 청소년분야

성장소설의 장르적 다양화, 진로·직업 분야 유망

 

  한국 청소년 도서시장은 이중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보통 청소년의 라이프 스타일은 재미와 즐거움을 쫓고, 이른바 텍스트 보다는 비주얼에 강해 인터넷 상의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강한 스타일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청소년의 이러한 일상에 포커스를 맞춰 도서기획을 하기란 오히려 시장성이 없다. 한국 청소년들이 입시제도에 묶여 학습영역에 기반을 두지 않고서는 청소년 도서기획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도서 분류의 어려움

  지난해 출판시장은 대부분의 분야가 침체를 겪었는데 청소년 도서시장 역시 그리 활발한 형태를 띠지는 못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대입제도상 수능의 비중 확대, 일선 초·중·고교 전국 일제고사 부활, 특수목적고 확대 등 전반적인 학력 위주로 전개되면서 기존 논술 단행본 시장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한 학교도서관 예산 감소 등으로 인해 청소년 도서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청소년을 겨냥한 다양한 도서들이 나와서 청소년 독자에게 만족을 주었다.

  청소년 도서를 분류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다. 교보문고만 하더라도 청소년 책의 경우 청소년 성장소설은 전체 문학코너에, 공부법 책들은 학습 참고서와 함께 분류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에서는 청소년 도서를 열 여섯 가지의 소분류로 나누고 있는데, 이를 모두 다루기엔 지면이 모자라기에 이를 크게 청소년 성장소설과 청소년 자기계발서, 공부법과 학습물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진단해 보았다.

 

독특한 상상력과 서사력 강한 성장소설 등장

  2009년 청소년분야에서는 성장소설로 대표되는 청소년 문학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008년 25만 부가 넘는 판매기록을 세운《완득이》를 통해서 성장소설 시장의 잠재력이 입증됐고, 2009년 성장소설을 다루는 주제와 소재가 훨씬 다양해진 점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위저드 베이커리》는 독특한 상상력과 서사력을 통해 현실로부터의 탈주를 그리며, 판타지 취향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이 기존의 주인공이 내면의 자아를 발견하고 외부와의 갈등 속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성장소설의 공식을 일부 탈피해, 젊은 독자를 겨냥한 판타지 장르로서 청소년 문학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의 취향이 눈높이에 맞는 인터넷소설이나 판타지소설에 열광한다는 트렌드를 감안할 때 2010년 역시 장르가 다양한 청소년 성장소설의 출현이 기대된다.

  이 외에도 청소년 소설의 또 다른 흐름도 존재했다. ‘사춘기 우리 아이의 공부와 인생을 지켜주는’이라는 부제를 단《수호천사 이야기》는 교육평론가와 전문작가가 함께 쓴 교육 소설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특이한 점은 이 책의 독자가 청소년 자녀를 둔 엄마가 대다수란 점인데 독자들은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자녀에게 지나치게 대했던 경험들을 이야기하며 자녀에게 일독을 권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앞으로 청소년 문학 분야도 독자층의 외연이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입학사정관제 등 대입제도 변화 따른 발 빠른 기획 예상돼

   《오바마 이야기》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버락 오바마의 삶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찾아주는 책으로 올해 청소년 자기계발서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도서중의 하나다. 강력한 저자 파워를 배경으로 청소년에게 주는 메시지를 다룬 도서는 청소년 자기계발서 분야 중의 주류를 이루는 기획이다. 2007년에 출간된 반기문 유엔총장의 이야기를 다룬《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역시 계속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지명도 높은 주인공을 다룬 이야기가 역시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책으로는《행복 바이러스 안철수》를 들 수 있다. MBC <무릎팍 도사>에 등장해 도전하는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내 화제가 된 바 있는 안철수 박사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독자의 관심을 받았다.

  2010년 청소년 자기계발서 분야에서는 진로와 직업의 세계를 다룬 도서들의 강세가 예상 된다.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내놓은 대입제도 핵심 정책 중의 하나는 입학사정관제도. 이 제도는 어린 시절부터 적성에 따른 진로에 대한 객관적인 활동 이력이 중요한데, 이는 일찍부터 자신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바로 이 지점에 대한 청소년 도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 교육평론가가 방송 프로그램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특징 중의 하나인 입학사정관제도를 설명하면서 자녀들의 진로·직업지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 하자마자 곧이어 인터넷 서점 예스 24에서는 ‘교육평론가가 아침마당 출연해 추천한 책’배너가 생겼고, 교보문고 역시 진로 부스가 생겨나는 등 책 판매와 직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입제도의 특성에 따른 학부모의 대응이 얼마나 민감한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교과목별 퓨전식 기획도 나타날 듯

  공부 수기나 학습물 역시 올해에도 변함없이 청소년 독자의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이다. 2009년에도 이미 브랜드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노빈손》시리즈가 다양한 주제를 선보이며 출간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노빈손》과 같이 독자들에게 각인된 브랜드 시리즈는 베스트 진입 장벽은 어렵지만, 일단 본 괘도에 오르면 판매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공부법 중에서는《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수만휘 공부법 사전》《꿈이 있다면 멈추지 않는다》《엄마 매니저》등의 책이 두각을 나타냈다. 학습과 교양을 접목한 책들도 강세를 보였는데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통세계사》는 기자출신 저자가 세계역사를 암기 위주의 개별적인 이해로 국한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주제별, 시대별로 엮는다면 세계사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참신한 기획으로 독자의 지지를 받았다.

  공부법 분야는 2010년에도 적지 않은 독자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학습과 교양이 접목된 책들의 강세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사와 세계사가 ‘역사’한 과목으로 통합되는 교과과정을 반영해 출간된《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에서 보이듯 교과과정의 통합을 배경으로 한 과목별 퓨전식의 기획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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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희 사계절 출판사 아동·청소년·문학팀장 | 청소년분야

교과과정 이해 돕는 교양서 출간 많아질 것

 

  아동문학이라는 큰 나무의 작은 가지에서 시작한 청소년문학이 10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급속도로 자라 꺾꽂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몇 년 사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대형 베스트셀러가 등장하는 등 청소년 소설의 위상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이 여파를 몰아 2010년에도 청소년 소설은 진화를 거듭하리라 본다.

  지금까지 주로 동화 작가들이 청소년 소설을 담당했다면, 일반 소설가들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작품들도 한층 많아질 전망이다.

  주제도 고전적인 성장소설뿐만 아니라 SF, 판타지, 추리소설 등 장르 문학적인 성격이 강화될 것이다.

  2010년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올 청소년 소설들을 몇 몇 살펴보면, 우선《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가 자신이 지금껏 펴낸 책들의 모든 원천이 된 자신의 가족 이야기와 성장담을 다룬《바람이 사는 꺽다리집》이 나올 예정이다. 또《오후 2시 베이커리》로 색다른 개성을 선보인 신인 작가 이연의《행복하니?》가 출간된다. 오합지졸 밴드와 게이 오빠가 자신의 부족함을 껴안으며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발랄한 문체 속에 잘 녹아 있다. 그리고 “낯설고 신선한 방식으로 인간성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판타지 소설”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세계 판타지 문학상’여러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호주 작가 마고 래너건의《블랙주스》가 독자들을 새롭게 매료시킬 것이다.

  또 하나, 청소년 소설의 외연을 확장하는 의미로 기획된 ‘1318 만화가 열전’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다. 첫 권으로 나오는 만화가 최규석의 작품은 미대 입시를 둘러싸고 학원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십대들의 태도를 통해 이 사회의 현실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만화와 에세이가 함께 결합되는 이 시리즈는 삶의 의미와 웃음을 잃어버린‘88만원 세대’의 젊은 감각을 일깨워줄 것이다.

  독자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주제를 만화에서 지식 소설, 지식 기행문 스타일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식으로 선보이며 시장을 두텁게 만들어가고 있다.

  2010년도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교과과정에서 독서교육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현 정부에서 일제고사 등 교육방식의 퇴행과 더불어 학교 도서관 운영이나 그로 인한 독서환경 조성에서 내실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청소년 출판은 교육과정을 벗어나 있기도 하지만 교육적 관점과 방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과정의 내용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이해를 도와주는 교과 관련 교양서가 다수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책을 통해서, 유예된 청춘인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행복을 향한 자아 성장을 도와줄 인문 지식 책들이 더 열심히 나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0년에 사계절 출판사에서 출간할 주요한 지식 책으로는《청소년을 위한 사랑과 성 이야기》《현대시 여행》등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사랑과 성 이야기》는 청소년에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된 사랑에 대해, 또는 사랑에 대한 올바른 태도, 그리고 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행복한 삶을 준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현대시 여행》은 아름다운 시편들을 음미하고 생각을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을 보면서 시의 재미와 미적 감각, 감수성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책이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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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희진 우리교육 청소년·교양부문 팀장 | 청소년분야

진짜 공부, 진짜 사회를 볼 수 있는 책 많아지길

 

  2010년 청소년 출판계는 어떠할 것인가. 사실 이런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내 자신이나 내가 속한 공간 모두 출판 트렌드에 그다지 민감한 편은 못 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음, 자랑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출판은 트렌드로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 또한 슬쩍 해 보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그런 이유로,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애석하게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뿐일 것 같다. 많은 출판사에서 청소년 책을 내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문학서가 주를 이루었던 지금까지와 달리 다종다양한 교양서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점. 참 반가운 일이기도 하고, 우리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조금은 샘나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튼 간에 그 와중에 나도 한 귀퉁이에 끼어 청소년 교양서라는 것을 만들면서 품고 있는 생각, 그리고 필자들을 만나면서 소통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걸로, 그러니까 어찌 보면 전망이라기보다는 바람을 이야기해 보는 걸로 던져진 주제에 대한 대답을 대신할까 한다. 그야말로 현문우답에 동문서답이 되겠지만.

  필자들을 만날 때면 아주 상투적이긴 하지만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남은 희망은 청소년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청소년들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선생님도 그러고 싶지 않으신가요? ”

  음, 요렇게 글로 써 놓고 보니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만, 아무튼.

  그런데 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청소년을 위한 책을 따로 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분들이‘2008년 촛불 이후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노라 고백하기도 한다는 사실.

  어설픈 표현으로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그런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화가 필요하고 소통이 필요하다. 청소년과 기성세대 사이에. 한데 그건 기성세대가 청소년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또 다시 손발이 오그라들겠지만) 청소년이야말로 우리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껏 우리는 그 희망에게 어른들의 욕망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무언가를 던져 준 적이 별로 없지 않았던가. 어린이 책에서 청소년 책으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것이 가지는 시장성이 청소년 출판의 가장 큰 목적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다.

  또 그 속에서 공부법, 성공 비법 따위의 노골적인 제목을 달고 경쟁을 부추기는 일부 책들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쉬어보기도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고, 다른 많은 출판사에서 만들어 줬으면 하는(정확히 말하면 아직 나는 만들고 있지 못하지만, 다른 출판사에서는 이미 만들고 있는) 책은 바로 그런 것이다.

  공부를 하더라도 ‘진짜’공부를 할 수 있는 책, ‘진짜’사회를 볼 수 있는 책,  ‘진짜’생각을 벼려 갈 수 있는 책.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발견의 기쁨도 알아 갈 수 있는 그런 책이 올 한 해 청소년을 위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조금은 모호한 바람으로, 2010년 청소년 출판에 대한 전망 아닌 ‘희망 사항’을 정리해 볼까 한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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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은슬 아동출판 평론가, 대구 가톨릭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 어린이분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눔

 

  어린이책의 일차 독자는 아이들이지만 책의 선택과 구입은 어른이 하기 때문에 어린이책의 출판에는 어른의 요구가 반영된다. 그런데 현대의 어른들은 불안하다. 만고불변의 진리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대어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은 더 이상 삶의 덕목이 아닌 것 같고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영영 뒤떨어질까봐 변화의 끝자락이라도 잡으려고 전전긍긍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성공을 추구하는 한쪽 끝과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이상적 사회를 모색하는 양극 사이에서 자기가 지향할 지점을 정하려 한다.

 

‘부의 분배’ 새로운 항목 추가될 것

  어린이책의 출판은 이러한 양상을 반영하고 있다. 어린시절을 성공을 향한 밑바탕을 쌓는 시기이며 대학 입학이 첫번째 관문이라 여기는 우리 사회의 통념에 충실한 사람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별 교과과정에 충실한 학습 만화나 ‘상위 몇%를 위한…’이라는 유혹적인(혹은 많은 아이들을 소외시킬) 제목을 가진 책을 찾을 것이다. 더불어 공부하는 방법과 공부와 경쟁에 치인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책 역시 계속해서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먼 미래를 위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린이 경제서에 ‘부의 분배’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될 것 같다. 그동안《13살의 경제학,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나《펠릭스는 돈을 사랑해》와 같이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돈 버는 방법,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가르치는 책이 많았다. 즉 개인에게 어떻게 부를 축적하고 잘 운용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성장과 부의 추구를 미덕으로 여겼던 신 자유주의의 가치가 한계를 드러낸 시점에서 그간의 그늘을 돌이켜보면서 다시 나눔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 구성원이 공존 혹은 공생하기 위해서는 부의 획득만이 아니라 나눔도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 인식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부의 쏠림 현상의 원인, 분배 방법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입장과 해결 방식 등을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책에서부터 실천 방법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별로 맞게 풀어낸 책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생태, 환경 통합적으로 다룬 책 필요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해질 것이다. 그간의 책들이 기후, 동식물의 멸종, 자연, 에너지, 식량의 안전성 등을 하나씩 따로 다룬 것이 많았다면 이제 이것들을 통합하여 전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 이것은 우리가 무심코 쓰는 녹색경제, 녹색성장의 개념과 범위를 파악한 토대 위에서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흡수력은 어른과 다르다. 아이들은 이면을 보기보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논란이 잠재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려 전달하기보다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책이 필요하다. 과거 개발에서 온 부작용이 크다고 해서 보존만 강조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필요 이상의 개발을 계속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하다못해 주말 농장만 해 보아도 사람들이 자연친화적이라고 생각하는 농사가 자연 파괴의 첫 단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미래의 인류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할 것이며 현재상태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 생각해보고 적
절한 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지식과 기술로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면서 살아왔다. 어느 건축가의 말대로 앞으로도 도시화는 계속될 것이고 그렇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재생에너지 생산이 화석에너지보다 저렴해지는 시점까지는 재생에너지 생산기술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여 화석에너지를 쓰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 아닐까. 그런데 에너지, 환경, 생태는 서로 맞물려 있고, 이것은 과학, 정치, 경제, 국제관계 등 여러 분야와 관련된다. 그동안 어린이책에서 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대개 과학, 기술 또는 역사적인 접근과 개인차원의 실천방안에 대한 것이 많았다면 이제 다각적인 측면에서 다룬 책이 필요하리라 본다.

 

다문화, 다민족 이해에 효율적인 독서

  마지막으로 다문화, 다민족 사회에 대한 이해 증진을 꼽을 수 있겠다. 유엔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38년간 유럽 40여 개국의 출산휴가, 출산수당, 육아정책, 양육 지원금 등 출산 장려에 관한 모든 정책을 살펴본 결과, 지원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미미했다고 한다.

  아무리 지원이 충분해도 한 번 떨어진 출산율은 쉽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민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이미 우리나라로 이주하는 사람이 외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보다 천 명 당 한 명 꼴로 더 많아졌다고 한다《( 유엔미래보고서》박영숙 외 지음. 59쪽).

  농촌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이 다문화를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하기에 도서실만큼 좋은 곳이 없더라고 했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실 수업이 아니라 도서실에서 타 문화권에 대한 논픽션,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삶을 다룬 문학서, 일찍이 남의 나라에 가서 살아야 했던 선조들의 삶을 다룬 책을 모아 읽으니 저마다 제 이야기를 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한결 쉽게 형성되더라는 것이다.

  간접 체험과 역지사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독서의 한 기능이 아니던가.

 

주제의 범위, 깊이 차별화된 책 필요

  책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답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인터넷에 노출된 세대는 더 이상 간단한 문제 해결을 위해 책을 찾지 않는다. 대학생에게 어떤 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주장을 찾아 읽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라는 리포트를 내주면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그들이 참고하는 자료가 여러 시각으로 심도 있게 쓴 책이 아니라 끊임없이 복사 재생산되는 블로그나 카페 글이기 때문이다. 책이 웹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자료와 차별화되려면 답도 주지만 그 답을 얻는 방법과 과정을 서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도록 돕는데 있을 것이다.

  앞에서 든 키워드 중에 새로운 것은 ‘부의 분배’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나머지는 이미 출판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동안 어린이 책을 읽으면서 주제를 다루는 범위나 깊이가 차별화되지 않는 책이 많다는 것이 아쉬웠다.

  같은 학교에 여러 해 근무하는 사서교사들은 말한다. 어느 정도 장서를 확충하고 나면 기존의 책과는 확연히 다른 주제를 다루거나 같은 주제를 달리 다룬 책을 사야하는데 그런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편집자들이 관심을 기울일 말이 아닐까 싶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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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문정 시공주니어 아동팀 편집장 | 어린이분야

학습에 무게중심 둔 시리즈물 기획

 

  출판인의 한 사람으로 2009년을 되돌아본다. “참 힘들었다.” 이 말이 한 해를 정리하는 한 줄의 문장이 아닐까. 불황, 출판 시장의 침체 속에서 그래도 잘 버틴다고 하던, 한때는 블루칩이라 여겼던 어린이책도 불황의 입김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최근 2~3년간 출판 시장 위축에 따른 어린이책의 소폭 침체 경향이 더 이상 소폭이 아님이 눈에 띄게 표가 났고, 어린이책 시장 안에서는 학습물의 위세에 눌려서 그 분야를 제외한 문학물 등 기타 출간물들은 눈에 띄게 독자들에게 닿지 못하고, 고전을 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적 환경 요인과 내부적 환경 요인이 편집자들을 진퇴양난으로 몰아가면서 바야흐로 만들고 싶은 책과 만들어야만 하는 책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게 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시공주니어는 그림책 출간을 시작으로 동화, 청소년 소설로 연령 및 문학 영역을 확장하여 왔고, 수 년 동안 문학물 중심으로 출간하였기에 번역 동화, 창작 동화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다.

  네버랜드 그림책, 시공주니어 문고,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네버랜드 클래식, 시공 청소년 문학 등의 시리즈가 독자들과 친숙한 것이 그 예다.

  몇 해 전부터는 시공주니어 어린이 교양서, 어린이 디스커버리 시리즈, 네버랜드 생태 탐험, 지식팡팡 플랩북 시리즈 등 논픽션분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왔지만, 워낙 문학물의 인지도가 높고 강해서 논픽션분야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취약하게 보여 왔다.

  시공주니어의 논픽션물은 미술, 음악, 건축,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 교양서가 한 축이고, 글쓰기, 스피치, 생각 키우기 등의 자기계발·실용서 등이 또 다른 한 축이다. 두 경향 모두 기존의 시공주니어 이미지와 부합되는 면이 있어서 꾸준한 스테디셀러이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쉬움이었다. 그럼에도 올해는 논픽션물이 출간물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독자들의 반응도 빠르게 돌아와 그 가능성을 다시 보게 되었다.

  출판 시장의 흐름과 독자 니즈를 파악하여 조금 더 학습에 무게 중심을 두고, 단독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는 새 시리즈 출간 계획을 세워 보았다.

  과학 사회 등 각 교과의 단원에서 주제를 도출하여 한 권씩 꾸리는 중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 시리즈다. 2010년 1월부터 출간될 예정인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은(학습 주제라 하더라도) 서사 구조를 끌고 가는 형식이라 전반적인 정보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동화처럼 편하게 풀고, 정보 등을 곳곳에 팁으로 제공하는 팩션의 형태를 취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먼저 소개되는 주제는 ‘환경’과 ‘식물’이다. 교과서를 분석해 25개의 주제를 뽑아서 한 권 분량씩으로 준비하고 있고, 그 이후로는 심화학습 차원으로 주제를 더 깊게 접근하여 심화 단계를 만들어 보려한다.

  그러나 우리의 근간(根幹)은 문학이기에 동화에 대한 비중도 낮추지는 않을 것이다. 특이 사항이라면 국내 창작 동화를 중심으로, 오래간만에 신간을 내는 중견 작가의 동화부터 수줍게 첫 이야기를 건네는 신인 작가의 작품까지 선보이려고 한다.

  그리고 소재나 주제 역시 시공주니어의 출간물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루어 보려고 하고 있다. 아울러 고전 완역 시리즈를 꾸준하게 작업해 온 경험과 역량을 살려 의미 있는 결과물을 보여 드리고자 하는 또 하나의 야무진 계획이 있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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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형희 창작과 비평사 어린이문학팀장 | 어린이분야

인식폭 넓히는 어린이 교양서 기획

 

  출판계는 200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매년 출판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크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단행본 출판시장의 경우, 저출산에 따른 독서 인구의 감소, 성적위주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절대적인 독서 시간의 감소, 전집물의 공격적 마케팅에 견준 시장경쟁력 문제 등이 위기요소로 작용했다.

  불황이 절정에 다다른 2009년, 다행히도 창비는 시장의 위기를 피부로 절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이 불황을 이겨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 한 해라고 평가한다.

  창비는 불황 탓에 작가들의 창작 환경마저 축소되지 않게, 다양한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쓰고 출판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창비 어린이책의 근간인 ‘창비아동문고’를 중심으로 한 어린이 읽기물로 황선미, 배유안, 김기정, 이현 등의 중견 작가와 ‘좋은 어린이책’수상작가 권영품 작가를 비롯해 이반디, 이숙현, 고재현 같은 신인 작가의 작품을 골고루 기획중이다.

  2010년을 준비하는 지금, 출판시장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여전히 암울하다. 그러나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노력은 어린이문학분야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생활 이야기 위주의 창작동화에서 벗어나 ‘환상’의 요소를 갖춘 작품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실의 어려움을 이길 힘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희망의 미래를 상상하는 힘에 있다. 그만그만한 일상을 탈피하여 좀 더 큰 세계로 나아가 다양한 모험을 하고 성장하는 ‘환상 동화’를 통해 어린이들이 현실의 어려움쯤은 쉽게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창비는 2010년 현실과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환상 동화, 인간 현실을 풍자적으로 반영하여 그린 동물 의인화 동화 등‘환상’의 요소를 갖춘 작품들을 두루 선보일 예정이다.

  어린이 교양물 분야에서는‘사회 참여성’을 주목해볼 만하다.

  《과학자와 놀자!》《열려라, 뇌!》등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로 뛰어난 원고를 발탁해 출간해온 창비는 어린이 교양물 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두었다. 2009년에는 환경 파괴와 에너지 위기를 다룬《북극곰을 구해 줘!》와 어린이 벼룩가게를 통해 ‘환경과 나눔’에 대해 이야기한《이수네 벼룩가게》등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올해에도 이러한 기획을 이어나가, 우리 삶의 터전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 어린이 교양서 출간에 힘쓸 계획이다. 물, 흙, 공기 등 인간의 욕망 탓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다양한 문제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살펴보는 ‘지구살림 그림책’이 그 출발이다.

  이와 더불어, 교과 연계 도서를 찾는 학부모와 어린이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사회과와 연계된 독창적인 교양물을 다양하게 펴낼 예정이다.

  아동도서를 펴내는 출판사에게는 차세대의 새로운 독자들을 키워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독서 인구가 줄어 출판계가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서를 즐기는 어린이 독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들어내기 위한 창비의 노력은 내년에도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독자 폭을 어린이·청소년에서 영유아까지 확대하여, 영아들의 생활에 밀착하여 놀이성을 강조한 아기 그림책과 수, 모양, 색 등을 배우는 인지 그림책도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출판저널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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