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서 문고본 전성시대

3월 30, 2010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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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지연 | 출판 트렌드

인문서 문고본 전성시대

 

  얇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고본’ 형태의 인문 교양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인문책은 무겁고, 비싸다는 인식들이 많다. 하지만 인문 교양서들이 ‘문고본’ 이라는 이름을 달면서 그 이미지를 깨고 새롭게 재탄생되고 있다. 최근 문고본 형태의 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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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두꺼운 이미지 탈피

  2009년 12월 28일 ‘철학’ 을 주제로 총 여섯 권으로 구성된 민음인의 <민음 지식의 정원>이 출간되었고, 2010년 1월 8일 문학동네의 <키워드 한국문화>가 출간되었다. 현재 출간되고 있는 문고본 형태의 책은 민음인의 <민음 지식의 정원>, 문학동네 <키워드 한국문화>, 책세상의 <책세상 문고>, 생각의 나무의 <테이크아웃 클래식>,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 지식의날개의 <아로리 총서> 등이다.

  문고본은 출판물의 출판형태 중 하나로 대부분 A5 판형이다. 그래서 일반 판형보다 작고 양장본과 같은 하드커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어 가볍고, 제작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시중가도 일반 책보다 싸다.

  민음인의 김혜원 차장은 “<민음 지식의 정원>의 한 권은 원고지 300~400장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출판사의 담당자 말과 일맥상통한다. 대부분의 문고본 형태 출간물은 원고지 300~400장 분량으로 구성한다. 김혜원 차장은 “인문교양서의 두꺼운, 무거운 책이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함” 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민음사 <민음 지식의 정원>은 2006년에 기획되어 3년간의 제작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다. 이유선의《사회 철학》, 편상범의《윤리학》, 홍은영의《성 철학》, 황설중의《인식론》, 감화성의《형이상학》총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하나의 질문을 던져 답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사회, 경제편도 기획하여 올 하반기에 출간할 예정이다.

  문학동네 <키워드 한국문화>는 현재 박철상의《세한도》, 안대회의《정조의 비밀편지》, 정병설의《구운몽도》, 김문식의《왕세자의 입학식》, 서신혜의《조선인의 유토피아》다섯 권이 1차분으로 출간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있으나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을 간결하고 깊이 있게 구성하였다. 권수의 제한없이 지속적으로 출간하며 근간으로 30권이 잡혀 3~4월 중 최기숙의《처녀귀신》, 강판권의《은행나무, 동방의 성자》등이 출간된다.

  책세상의 <책세상 문고>는 <우리시대>와 <고전의 세계>로 나누어 출간되고 있는데 <우리시대>는 2000년 4월 탁석산의《한국의 정체성》을 시작으로 현재 2009년 12월 5일 123권《생명에도 계급이 있는가》까지 출간되었으며, <고전의 세계>는 2002년 1월 1일 에르네스트 르낭의《민족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74권 스피노자의《데카르트 철학의 원리》까지 출간됐다. 2009년에는 <비타 악티바>를 11월 25일 최현의《인권》으로 시작하여 현재 17권 이국운의《헌법》까지 출간하였다.

  생각의 나무 <테이크아웃 클래식>은 2009년 6월 23일 클라우스 슈테르케의《도스토옙스키》를 시작으로 현재 14권 마라이 게르켄의《프루스트》까지 출간됐다. 각 권마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삶과 사상을 보여주며, 그 인물에 대한 대표작들까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는 1995년 2월 1일 조르주장의《문자의 역사》를 출간하여 현재 출간되고 있는 문고본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인류문화를 주제별로 다루고 있으며 2010년 2월 5일 128권 베로니크 와이싱어의《자코메티》를 출간하였다.

  지식의날개의 <아로리 총서>는 2008년 12월 1일 손종흠의《한국의 다리》를 시작으로 2010년 2월 10일 김기태의《표절과 저작권》까지 총 15권을 출간했다. 역사에서부터 교육, 문화, 철학,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는 구성으로 한 권 한 권 전문가의 지식이 가득한 인문교양서이다.

  살림의 <살림지식총서>는 2003년 6월 30일 첫 책 이주영의《미국의 좌파와 우파》를 출간하였다. 문고본의 책들 중 가장 많은 권수인 379권을 독자들에게 선보였으며 가장 최근작은 2010년 1월 28일 출간된 김범성의《어떻게 일본 과학은 노벨상을 탔는가》이다. 오래된 지식에서부터 현재 지식까지 총 망라하고 있어 말 그대로 ‘지식총서’ 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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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값 부담 덜어주는 문고본

  신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이창경 교수는 “문고본은 1970년대가 전성기였다” 며 문고본이 1960년대에 등장하여 197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요인으로 “독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를 꼽았다.

  당시에는 문고 수만 200종이 넘는 출판사가 태반일 정도로 문고본의 인기가 높았다. 대학이 대중화 되면서 지식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했고 그에 따라 책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에는 1970년대 문고본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삼중당 문고> <을유문고> <서문문고>의 책 한 권을 안 샀던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칼라판의 양장본을 선호하게 된 것. 이 교수는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책은 ‘소장용’ 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1980년대 우리나라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해 경제적인 안정이 찾아오면서 가격에 대한 부담이 줄었기 때문에 문고본보다 양장본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에 다시 문고본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었으나 가라앉은 문고본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 문고본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책값’ 때문이다. 양장본의 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출판사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외형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디자인에 신경을 쓰다보니 제작비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리고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가격도 올라가다보니 사람들은 책을 ‘사서’ 읽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이 교수는 “최근에는 사람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식을 얻어 책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내용의 깊이를 따져야

  문학동네의 구민정 책임편집자는 “사람들은 인문학을 너무 무겁게 생각한다. 그래서 심리적 무게감을 덜어 인문학에 쉽게 접근하게 하려고 문고본으로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책세상 김미정 편집장은 “2000년대 당시 인문학이 위기에 놓여 있어 대중들이 조금이라도 더 인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고본으로 기획했다” 고 말했다.

  이처럼 문고본을 기획하게 된 이유에 대해 편집자들은 입을 맞춘 듯 “대중들이 인문학을 쉽게 접하기 위해” 라고 답했다.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인문교양서는 무겁고 어려운 책’ 이라는 것. 이를 탈피하고자 편집자들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문고본이 대안으로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해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인문교양서는 현재보다 더 대중적일 필요가 있다” 며 “내용의 깊이가 낮아지는 것은 감수해야 할 문제” 라고 말했다.  

 

<출판저널 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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