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법정 스님 입적(入寂)
3월 31, 2010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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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지연 | 이슈
3월 11일 법정 스님 입적(入寂)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는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유언 남겨
‘맑고 향기롭게’측 스님의 책을 온라인 상에서 무상 제공하는 방안 강구 중
지난 3월 11일 오후 1시 51분, 법정(法頂) 스님이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폐암으로 입적(入寂)했다. “일체의 장례 의식을 하지 말라” 는 유지를 받들어 장례 없이 13일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서 다비식을 진행, 14일 오전에 끝이 났다.
78세라는 본래 나이보다 법랍 55세가 더 익숙한 그는 ‘무소유’ 로 평생을 일관하던 대로 죽음까지 ‘무소유의 삶’ 을 지키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잠들었다.
1932년 10월 8일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난 법정(본명 박재철) 스님은 1956년 전남대 상과대를 수료하였다. 같은 해 통영 미래사 고승 효봉(曉峰) 선사의 말을 전해들은 뒤 출가를 결심, 7월 사미계(沙彌戒, 불교의 십계)를 받으며 불가의 길로 들어섰다. 1959년 3월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자운(慈雲) 승려를 계사(계를 주는 스님)로 비구계(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비구에게는 250계가 있고 비구니에게는 348계가 있다)를 받고, 같은해 4월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명봉(明峰) 승려를 강주(경(徑) 스님)로 대교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여러 사찰에서 수선안거(修禪安居)하고, <불교신문> 편집국장∙역경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및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佛日庵)이라는 작은 암자를 지어 홀로 살았다. 1994년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 를 만들었고 1996년에는 길상사를 고쳐 회주직을 맡았다가 2004년 물러나 강원도 산골에서 ‘무소유의 삶’ 을 몸소 실천했다. 그러던 중 폐암이 발병하여 3~4년간 투병하다 입적했다.
법정 스님은 불가의 삶을 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삶도 살았다. 1972년《영혼의 모음》을 시작으로《무소유》(1976)《오두막 편지》(1999)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1996)《버리고 떠나기》(1993)《물소리 바람소리》(1986) 《산방한담》(1983)《텅빈 충만》(1989)《스승을 찾아서》(2002) 《서 있는 사람들》(1978)《인도기행》(1991) 등 많은 책을 출간하였고, 친분이 두터운 류시화 시인과 함께 엮은《산에는 꽃이 피네》(1998)《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2006)도 출간되지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쉽게 읽히면서도 뜻있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신부터 실천하는 모범적인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하지만 법정 스님의 초재를 진행한 3월 17일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는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샘터사의 김성구 대표는 “출판을 하는 사람으로서 독자들에게 좋은 뜻이 전달되었으면 하지만 법정 스님이 뜻이 있어서 하신 말씀이었을테니 이해하고 뜻을 받드는 것은 당연하다” 고 말했다. 이레출판사의 고석 대표 또한 “스님의 유지를 받들것” 이라며 “절판을 하는 것에는 절차나 준비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중 법정 스님의 대표 저서《무소유》는 1976년을 처음으로 180쇄, 330만 부 가량 팔린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이다. 한 경매사이트에서는 1993년에 찍은《무소유》증보판(39쇄)이 110만 원에 실거래 되었고, 거래가 되지는 않았지만 21억 원으로 책정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범우사 윤형두 대표는 “갑자기 출간을 중지한다면 생길 우려가 마음에 걸린다” 며 웃돈까지 얹어서라도 스님의 책을 구하려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들을 위해 생기게 될 해적판 책을 예로 들었다. 유지는 받들 것이나 갑자기 절판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절판을 결정한 문학의 숲 고세규 대표는 “절판을 위한 절차와 과정, 시기 등을 계속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스님의 유지를 받들 것임을 강조했다.
법정 스님의 유언이 발표된 이후 해당 출판사들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맑고 향기롭게’ 측에 출간을 중지한다는 뜻을 비쳤다. 각 출판사의 판매 부수에 대해 ‘맑고 향기롭게’ 측은 “해당 출판사의 모든 자료를 받았으나 공개할 수 없다” 며 말을 아꼈다. 법정 스님의 책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아쉬워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님의 책을 온라인 상에서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 중” 이라며 “갑작스러운 절판으로 인해 품귀 현상까지 일어난 것에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출판저널 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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