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합헌결정의 부당성

5월 3, 2010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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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일태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쟁점과 저술 –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

사형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합헌결정의 부당성

국민의 복수감정과 공익적 차원으로 사형제 존치, 시대착오적

 

  헌법재판소의 결정수준은 그 나라의 법률문화수준에 일치한다고 믿는다면, 우리나라의 법률문화 수준이 참으로 유치하고, 미숙하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법률해석을 할 때, 예외는 엄격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것도 법과대학 1학년생이면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런 초보적 상식조차 우리 헌법재판소는 짓밟아버렸다. 왜냐하면 헌법은 핵심적 조항과 지엽적 조항을 모두 품고 있으며, 핵심은 지엽에 우선됨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핵심에 해당되는 조문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 헌법재판소는 지엽적이고 예외적인 조문을 핵심보다 중시하여 전면으로 등장시켜 이론구성을 했으며, 또한 법해석을 할 때, 원칙에 철저하고 예외적 해석은 엄격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예외를 원칙으로 둔갑시켜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사형제, 비상시 예외적 상황에 허용하도록 한 것

  즉, 우리 헌법 제10조는 인간존엄의 불가침을, 제37조 제2항 후단은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바, 이들 규정은 우리 헌법의 핵심적 내용이다. 이들 핵심조문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의 기본권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 부분은 생명이며, 국가는 이에 대한 불가침을 확인하고, 생명에 대한 본질적 침해의 불가를 천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 제110조 4항 단서가 예정하고 있는 사형은 전시와 같은 비상사태라는 예외적인 경우에 혹시라도 실정법에서 사형이 형벌로 규정되어 있고, 사형을 선고해야 할 경우라도 결코 단심으로 하지 말고, 삼심으로 하여 신중하게 생명권을 보호하라는 취지일 뿐이다. 따라서 이 규정은 사형제를 정당화하는 내용이 아니고, 절차법 상으로 사형의 선고는 신중히 하라는 내용에 불과하고 사형제가 실정법에 없으면 아무런 쓸모없는 규정일 뿐이다.

  가사 백보를 양보하여 이것이 사형제를 허용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비상사태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인 경우의 군형법에 국한된 것이고, 평화시대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해석되어야 한다.

  만일 이렇게 해석하지 아니하면 지엽적이고 절차적인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규정이 근본규범인 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2항에 우선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재판소는 부끄럽게도 바로 이런 식의 헌법해석을 하였다.

 

 

생명권의 박탈, 헌법 정신에 반한 규정

  사형제 존치론자들은 말한다.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 국가에서는 사형제가 존치한다고. 그러나 이들 국가의 헌법은 잔인한 형벌금지를 명시하고 있을 뿐인데 반해, 우리 헌법은 인간존엄의 불가침을 선언하고, 과잉금지원칙과 함께 본질적침해금지규정까지 두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 헌법은 사형방법을 잔인하지 않게 하거나 반인도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사고방식이 널리 퍼져있음에 반해, 우리 헌법상 생명권의 박탈은 헌법규정과 정신에 반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신체의 자유권을 인정하고 그 본질적 권리인 신체의 절단을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아무리 악질적인 강도범이라고 하더라도 강도범의 팔을 자르는 절단형을 우리나라 법률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이의 허용은 헌법상 보장된 인간의 존엄에 대한 불가침과 함께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체의 자유를 살펴보면, 신체 그 자체와 신체에 정신이 깃들어져야 비로소 신체의 자유를 가진 것이지, 정신이 없는 신체는 시체에 불과하며, 신체의 자유는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전제로 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체의 절단형이 그렇게 잔인하고 인간존엄의 본질적 침해라면, 사람의 생명박탈은 그 이상이지 결코 그 이하일 수 없다.

 

국가 권위로 명령 하면서 사형제 허용은 모순

  우리 헌법의 계수역사(繼受歷史)를 조금만 참조해도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의 규정을 둔 이유가 사형제의 폐지를 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고 명시하고 있는 이 헌법규정은 제헌헌법에 존재하지 않다가 1960년 5월의 제3차 개헌에 의해 비로소 도입되었다. 이 규정의 계수배경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한 조봉암 사건을 경험했던 4ㆍ19 혁명세력에 의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사법살인을 막기 위해 사형제를 폐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였다.

  독일 기본법 제19조 제2항은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금지’ 를 두면서 사형제를 폐지하였고, 우리나라는 독일의 이 조문을 계수하여 사형제를 철폐하기 위해 당시의 헌법 제28조 제2항 후단(현행 제37조 제2항 후단)에 명시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제3차 개헌헌법이 있었던 다음해에 5ㆍ16 군사쿠데타가 발생함으로써 사형제가 청산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국가는 윤리적 존재이다. 국가는 결코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칠 수 없다. 만일 국가 스스로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친다면 국민들의 준법정신은 파괴되고 사회는 혼란스러워져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권위를 갖고 “절도하지 말라” “강도하지 말라” “사기하지 말라” “사람을 죽이지 말라” 고 정언명령을 내리고, 이에 위반하면 시민이든 공무원이든 형벌을 가한다. 그리고 국가 스스로 절도나 강도, 사기 또는 횡령을 삼가야 됨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자신이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사람을 의도적으로 죽이는 사형제도의 허용은 그 자체 모순이다.

 

사형제도, 강력범죄 예방효과 입증 안돼

  혹자는 말한다. 사형이 살인범죄에 대한 억제효과가 있다고. 사형제도의 존치와 집행이 살인범죄 등 강력범죄의 예방효과를 가지려면 그 효과가 입증되어야 한다. 그런데 1988년과 2002년 UN 인권위원회의 광범위한 조사결과 사형제도의 존치가 살인범죄의 발생억제에 특별한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지 못했다. 우리는 사람의 생명에 대해 참으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가해자의 인권이 중요한 것처럼 피해자의 인권 역시 중시되어야 하며, 실로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형제가 살인범죄와 같은 강력범죄에 대한 예방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이 지배적이고, 적지 않은 분들이 기껏해야 의심스럽다고 한다면, 우리는 의심스러울 때 사람을 죽이는 쪽으로 가야할까, 아니면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할까?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에 대한 합헌 결정을 하였다고 하여, 우리 헌법규정과 정신이 훼손될 수 없다. 더구나 우리 헌법재판소는 헌법논리로 사형제도의 정당성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복수감정과 공익적 차원이라는 추상적 내용으로 사형제의 존치를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사고는 이미 수백 년 전에 극복된 시대착오적인 입장이다. 형벌은 책임원칙에 부과되어야지 단순한 복수로서의 성격을 가질 수 없다는 보편적인 상식조차 무시한 사고방식은 국제적 조롱거리일 뿐이다.

 

허일태
1951년에 태어나 국민대 법학과를 졸업, 부산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독일 뷔르추부르크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
위를 받았다. 현재 법무부 형사법개정위원, 한국사형제폐지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출판저널 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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