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 현장에서 의사결정 권한 있는 출판경영자 만나기 힘들어
7월 2, 2010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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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준 사진 제공 대한출판문화협회 | 현장 리포트 – ‘2010 서울국제도서전’리뷰 ③
독일 출판전문가 홀거 에어링 인터뷰
도서전 현장에서 의사결정 권한 있는 출판경영자 만나기 힘들어
지난 5월 12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코엑스에서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책 행사에 대한 사람들의 꾸준한 열기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도서전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책의 향기를 호흡하고 싶은 사람들은 지갑을 열 준비로 전시장 곳곳을 누볐다. 프랑스를 주빈국으로 삼은 올해 도서전에는 프랑스 외에도 일본, 대만, 중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미국, 태국 등지에서 참가자들이 내한하였다. 그러나 프랑스와 대만, 일본의 출판 관련 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주 경미한 규모로 참가한 나머지, 최신 해외출판 소식을 파악하거나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기대했던 방문자들의 수요에 원활하게 부응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남겼다.
<출판저널>은 2005년에 뒤이어 또 다시 한국을 찾은 독일의 출판전문가 홀거 에어링(Holger Ehring) 씨를 도서전에서 만나보았다.
출판저널(이하 출판) : 5년 만에 다시 본 서울국제도서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홀거 에어링(이하 에어링) : 도서전이 전반적으로 5년 전에 비해 안정된 것 같아서 다행스럽습니다. 당시에는 아동 출판물 위주로 편성되어서 자못 아쉬웠는데, 지금은 성인과 아동 출판물이 구분되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괄목상대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자아내는 문제점들이 여전히 눈에 띕니다. 첫째, 도서전에 나온 대부분의 한국 출판사들이 평사원 위주로 인력을 편성한 점이 단점으로 비칩니다. 해외에서 방한한 이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을 들여서 온 만큼,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경영자들과 중요한 사항을 현장에서 협의하기를 원합니다. 둘째, 국제도서전에 왔다는 것이 어색할 만큼 외국 출판사가 적은 게 문제로 보입니다. 해외출판인들이 서울국제도서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아이디어와 추진방안이 필요합니다.
출판 : 독일을 비롯한 해외에서 한국의 출판물들이 어떻게 수용되고 있습니까.
에어링 : 제가 보기에는 한국인들이 보기에 중요하다고 평가하는 작품 위주로 번역해서 해외로 내보내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독일 독자들은 한국문학사나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과문한 편입니다. 일단 한국에 관한 선행적인 지식이 없는 독일인도 흥미롭고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는 문학을 번역할 것을 제안합니다.
출판 : 해외 도서전에서는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어떤 편입니까.
에어링 : 오늘날 전자책 같은 새로운 미디어는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거의 모든 주요 도서전에서중요한비중을차지하고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전자책이 과연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우려가 앞섭니다. 자그마한 액정화면을 통해 긴 분량의 책을 끝까지 읽을 독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독일에서도 전자책이 전체 도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 1%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저조한 현상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전자책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유럽보다 전자책의 비중이 다소 높을 뿐, 전통적인 종이책이 여전히 대세인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이책에만 집착하는 것은, 출판인들의 활동영역을 스스로 가두어서 종내 인쇄업자와 별로 다르지 않게 축소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출판 : 서울국제도서전이 발전하는 데 제안하고 싶은 조언이 있습니까.
에어링 : 서울국제도서전이 라이프치히 도서전(Die Leipziger Buchmesse)의 성공사례를 귀감 삼기를 바랍니다. 라이프치히에서는 매년 개최기간 동안 2,000건 가량의 독서 행사가 도시 곳곳에서 성황리에 열립니다. 단지 공식적인 도서전 개최 장소뿐만 아니라, 백화점이나 체육관 등에서 온갖 종류의 독서 행사가 크고 작은 규모로 동시다발적으로 열립니다.
한때 극심한 존폐위기에 시달렸던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이러한 독서 행사 덕택에 활력을 되찾으며 명성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2,000개까지는 어려워도 200개의 행사만이라도 소박하고 알차게 치른다면, 지금보다 더욱 발전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출판 : 특별하게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출판사와 작가들이 있습니까.
에어링 :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출판사는 없습니다. 대부분 출판업을 한국어로만 하기에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접근성 자체가 극히 제한됩니다. 그 러나 몇몇 한국작가들은 독일에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문열이나 고은, 조경란의 작품들을 주의 깊게 읽고 있습니다. 이문열 작가의 경우 독일에서 이미 전자책도 출판되었으며 권위 있는 출판사에서 소설이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출판 : 서울국제도서전이 국제도서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에어링 : 솔직한 심정으로 그다지 국제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은 도서전에 ‘국제’를 붙이는 반면, 독일이나 영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국제’라는 단어를 뺐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해외출판업자들이 열띤 관심으로 참여하는 런던 도서전 역시 ‘국제’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습니다.
한국이 명실상부하게 국제도서전을 개최하려면 몇 가지 점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첫째로, 국제적인 전문가 프로그램이 한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로도 진행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세미나가 늘어야 합니다. 셋째로, 참가업체의 과반수 정도가 외국에서 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성이 가미된 노력이 필수적이기에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출판저널 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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